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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부문] (수기) 오리의 해피엔딩 - 김민지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 중에 가 있다. 튀는 외모를 갖고 태어나 외롭게 살아가는 어느 ‘오리’ 이야기. 당시 부모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나로서는 별다른 감흥 없이 책을 덮어버렸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흘러 스무 살이 된 지금, 유독 그 이야기가 새삼스레 다가온다. 다르고 싶어 다른 것도 아닌데 그 친구, 얼마나 원통하고 억울했을까. 부모는 더했을 거다. 제가 낳은 게 틀림없는데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닮은 구석 하나 없이 낯설기만 하니 휘둥그레, 했겠지. 요새 나를 바라보는 부모님이 그렇다. 장바구니 속 우유를 슬그머니 유기농 마크 달린 걸로 바꿔 담는 나를 보고 휘둥그레. 마트에서 싸게 팔길래 사오셨다는 복숭아를 끝끝내 입에 대지 않는 나를 보고 휘둥그레. 공휴일이면 으레 함께 끓여먹던 라면상 한구.. 더보기
[일반부문] (수기) 어린이집의 윤리적 소비 - 최현정 내가 ‘어린이집의 윤리적인 소비’를 주제로 글을 쓰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어린이집의 윤리적인 소비? 그게 뭐야?”하기에 “윤리적인 소비는 환경이나 생산자나 쓰는 사람에게 해롭지 않도록 양심적으로 물건을 사는 거야. 예를 들면 환경이나 몸에 좋도록 친환경 농법으로 지은 농산물을 사거나, 가난한 나라에서 커피 같은 거 살 때 착취하지 않고 합당한 가격으로 사는 공정무역 제품을 이용하는 일 같은 거 말야.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이 사용할 물건을 사니까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이로운 물품을 양심적으로 구입하는 게 어린이집의 윤리적인 소비겠지?” 남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 어린이집에서 돈 좀 아끼겠다고 싸구려 재료로 저급한 질과 양의 음식을 주고, 유해한 물질로 주변을 채우는 소비는 윤리적인 소비가 아니다. 운.. 더보기
[일반부문] (수기) 대통령의 초콜릿 - 안현주 “음~ 선생님! 늦었지만 설날 선물이예요. 제가 용돈 모아서 산거니까 꼭 선생님 혼자만 드셔야 해요.” 선생님께 처음으로 선물을 주는 것은 우리 복지관 최고의 말썽쟁이 덕호에게도 어색한 일인지 아이의 낯빛이 붉으스레 하다. 선생님을 생각해 주는 마음 씀씀이가 고맙기도 했지만 겉으로는 용돈 모아서 책이라도 사보지 뭐 하러 이런걸 샀니 하며 크게 야단하였다. 친구들은 몇 개에 학원에 다니느라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야 할 시간에도 일용직으로 일하시느라 더 늦으시는 한 부모. 혹은 조부모를 기다리며 복지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바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인데 선물 하나에 어찌 기쁠 수만 있을까. 덕호는 개중에도 다문화 가정의 아이로 베트남인 엄마와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내가 모를 리 없으니 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