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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2011 공모전 시민심사

[일반부문] (수기) 아프리카를 위한 티셔츠 - 김세정



어디선가 불어오는 시원한 밤바람에 문득 여름이 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밤이다
. 이쯤 되면 대학가에서도 뜨거웠던 여름을 뒤로 한 채, 다시금 새 학기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북적일 때이다. 나는 지난 여름, 대학 축제의 열기 속에서 내가 속했던 동아리인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 센(SEN) 한양의 친구들과 함께 느꼈던 그 뜨겁고도 보람찼던 여름을 이번 기회를 통해 풀어내려 한다. 평소 사회적 기업에 관한 여러 가지 고민들, 그리고 나아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고민을위해 모인 센한양 친구들은 한양대학교의 여름 축제인 대동제를 어떻게 하면 좀 더 뜻 깊게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 즈음, 과거의 대학축제와는 대조적으로 지나친 가수, 그리고 음주 위주의 축제,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놀고, 먹고, 마시는 축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학교 전반적으로 일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런 소비지향적인 축제를 탈피하여 반성과 성찰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직접 주도하여 학생들의 의미 있는 참여와 실천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며 고민하고 있었다. 그 때 센한양이 직접 기획하고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말 그대로 윤리적 소비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기획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티셔츠 포 아프리카(T-shirts for Africa)’, 즉 아프리카를 위한 티셔츠였다.


아프리카를 위한 티셔츠는 말 그대로 빈곤과 기아, 각종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티셔츠인데, 티셔츠를 소비함으로써 아프리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또한 판매된 수익금을 관련 NGO에 기부함으로써 실질적인 도움도 주기 위해 계획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비교적(?) 단순했던 의도와 계획과는 다르게 기획 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는데, 바로 티셔츠의 도안 문제와 과연 학생들의 참여를 담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당시 센한양에는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거나 컴퓨터 디자인 툴을 다룰 수 있는 학생이 없었다. 또한 디자인은 티셔츠의 질과 더불어 판매실적과 직결되는 사항이었기 때문에, 디자인을 만드는 데 있어서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우리는 디자인을 만들어줄 수 있는 디자인 업체를 찾아야만 했는데, 일반 티셔츠 디자인 업체에 의뢰할 경우 의뢰비가 만만치 않았고,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사실상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자칫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러던 중, ‘얼스라는 디자인 컨설팅 전문업체와 연줄이 닿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기획 의도를 듣게 된 얼스의 대표님으로부터 디자인을 무료로 제공해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얻게 되었다. 이로써 우리의 일차적인 난관은 해결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또 두 번째 난관에 부딪히게 됐는데, 과연 학생들이 티셔츠를 살까 하는 것이었다. 당시 티셔츠 원가를 고려하고 어느 정도 기부할 만한 수익을 얻기 위해서 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금액이 만 오천 원이었는데, 과연 그만한 돈을 내고 어떻게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티셔츠를 살 것인가 하는 것이 우리의 고민이었다. 그래서 위험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하여, 200장 가량만 제작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제작 비용을 먼저 대기 위하여, 우리는 우리의 취지에 공감하는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소액대출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여 티셔츠 제작에 들어감과 동시에, 학교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고 온라인 게시판 등에 계속적으로 홍보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티셔츠 완판에 관한 위험부담은 계속 존재하였는데, 시장이 어느 규모인지 파악이 전혀 불가능하고 전례도 없었을 뿐더러 홍보 과정에서 학생들의 반응이 예상했던 것만큼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였고, 마침내 판매 날이 다가왔다.

그러나 우리의 우려와는 다르게,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축제 3일 간 이틀 간 판매 부스를 운영하였는데, 준비한 200장 중 약 150장 이상이 판매 첫 날 모두 팔려버린 것이었다. 우리는 티셔츠를 판매하면서 우리의 기획 의도를 최대한 전달하려고 애썼는데, 설명을 들은 학생들 중에서는 수익금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예리한 질문부터 시작해서, 다음에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면 자신도 함께 하고 싶다며 꼭 연락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해왔던 학생들도 있었다. 또한 책정된 티셔츠 금액 이상의 돈을 우리에게 건네며, 이왕 좋은 일 하는 김에 더 제대로 하고 싶다고 밝힌 학생들도 있었다.

사실 윤리적 소비나 착한 소비에 대한 개념이 과거보다는 사회 전반적으로 조금 더 확산되어 있기는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하였을 때에는 아직 윤리적 소비가 가야할 길은 멀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의 프로젝트는 소비일변도의 문화에서 벗어나 대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윤리적 소비에 직접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비록 판매 규모가 작아 수익금도 얼마 되지 않고, 그 대상 또한 캠퍼스 안의 학생들로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윤리적 소비에 관한 개념을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번 성공적인 사례를 거울삼아, 내년에는 좀 더 치밀하고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윤리적 소비의 의의를 알리기 위하여 노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