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문] (수기) 나를 바꾸는 소비 기행 - 소지영

늘 그래왔듯이 병원에서 3교대 근무를 했던 나는 밤 근무가 끝나고 같이 일한 동료 간호사들과 병원 근처의 패스트푸드 M사의 아침메뉴로 끼니를 때웠으며, 피로에 지쳐 일에 지장이 온다며 하루에 한잔 이상의 인스턴트커피를 마셨다. 매번 끼니를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싸고 먹기 편한 패스트 푸드는 내 입에 빠르게 적응했고, 설상가상으로 입가심으로 근처에 있는 한잔에 5천원 돈 하는 커피 전문점을 늘상 방문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야간에 학교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면서 병원을 그만두고 교대근무의 생활은 그만 두었으나 나의 식습관은 그대로 남아 어느 순간부터 잦은 몸살에 시달리고, 생리가 불규칙해 지는 등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경도비만이 될 정도로 살이 불었다.

대학 시절 유기농 작물을 재배하고, 한우를 키우는 곳에서 농촌봉사활동을 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 손으로 직접 농사를 지었으며, 한미FTA 때문에 매우 힘들어했던 농가가 기억에 생생했다. 나의 건강상태를 생각해서라도 패스트푸드를 섭취하는 것은 그만두어야 겠다는 다짐을 했고, 점차적으로 나의 식단은 유기농으로 더 나아가서 소비자체를 긍정적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생에게 선물한 아름다운 가게에서 구입한 옷 (3500원)

이렇게 다짐한 후 기적적으로 발견한 곳이 아름다운가게(독립문점)였다. 기증 받은 옷가지들이 얼마나 깔끔하고 쓸모가 있을까 생각하며 그냥 지나쳤던 곳에 우연히 들어간 순간 아름다운 소비가 가능한 곳임을 깨달았다. 기증받은 신발은 매우 저렴한 가격표가 붙어 있으며 간간히 새신발도 있었고, 걸려있는 옷가지에는 너무나 예쁜 치마를 발견하여 동생에게 선물로 주었다. 필기류를 구입할 때도 내가 이곳에서 쓰는 돈은 좋은 곳에 쓰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까지 좋았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가격부터가 문제였다. 그래서 차즘 소비를 바꿔나가고 식단을 바꿔나가기로 마음먹었다. 환경에 해가 없는 유기농식품을 우선으로 정했다. 직장근처에 있는 자연드림에서 유기농 우유를 사들고 들어가면서 하루 이틀 지나니 더 긍정적인 효과가 생겼다. 딸의 건강과 비만을 걱정하던 엄마가 대부분의 소비를 유기농으로 해결하도록 마음 먹은 것이었다.

지금 우리 집 냉장고는 유기농 식품으로 가득차 있다. 자연드림이나 한 살림에서 구입한 계란과, 우유, 김치, 고기, 심지어 커피까지 점차 우리 가족의 상차림도 유기농으로 변하였다. 조금씩 바꾸고 나니 운이 따랐다. 집 근처에도 유기농 제품 전문점이 두 군데나 생겨 멀리까지 나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소비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냉장고의 유기농 계란과 유기농 마트에서 유기농 장을 보는 모습

아름다운 가게를 자주 다니면서 집에 쓸모없는 쇼핑백도 기증하고 간간히 그곳에서 파는 산들촌 씨리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기도 했다. 점차 관심이 커져 아름다운 가게에서 산 물건들을 한 포털 인기 카페에 올렸는데 그 글은 추천수도 매우 높고 댓글도 많이 달리면서 나를 더 즐겁게 하였다.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된 신발들

구입한 신발 (5500원)

간간히 소정의 감사선물을 해야 할 때 명동에 있는 청소년 문화카페에 들러 아름다운 쿠키를 선물로 사서 주기도 한다. 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착한 소비를 알릴 수 있고, 이 작은 행동이 감동의 멘트를 대신하기도 한다.

텀블러를 선물했다. 나 역시 텀블러를 사용한다.

나 자신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도서관이나 학교에 갈 때 일회용 종이컵을 이용하여 커피나 물을 마셨지만 지금은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텀블러 디자인도 예쁘고 색깔도 다양하여 주변에서 관심을 보여 현재는 주변 이웃들도 하나 둘 색색의 예쁜 텀블러로 커피나 물을 마신다.

커피를 좋아하나 커피머신이 없는 나에게 공정무역 커피는 마음에만 있었다. 그러나 커피머신이 대중화 되고 지인들이 하나 둘 커피머신을 구입하였다는 얘기를 듣고, 집들이 선물이나 은사님들께 지금나의 선물 목록 1위는 늘 공정무역 커피이다. 이제는 가까이에 구입할 수 있는 곳도 많아지고 좀 더 대중화, 다양화 되어 선물 받은 사람들은 이를 통해 재구입을 부탁하기도 한다.  

관심이 이제 생활이 되려고 한다. 아름다운 커피나 간식거리를 판매하는 곳에서 친구들 모임을 갖기도 하고, 간간히 인터넷으로 사회적 기업 여행사의 여행상품을 뒤져보기도 한다. 아직 시작은 미미하고 경제적, 장소적으로 제한도 많지만 이러한 조금씩의 노력이 주변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 눈에 보여 즐겁다. 나의 신체적 변화도 엄청나다. 좋은 음식을 가까이 하니 우선 공복을 느끼는 속도가 줄었다. 패스트푸드를 식사로 때울 적과는 다르다. 급하게 찐 살이 쉽게 빠지지는 않지만 조금 살도 빠졌다. 부모님께서 유기농 식단으로 반찬을 하기 시작하니 잔반이 줄었다. 가격 때문에 절제하여 사고 좋은 음식이니 남기지 않도록 조금씩 음식을 하시기 때문이다. 나의 조그마한 시도와 노력으로 주변이 함께 변하는 아름다운 소비. 지금도 나는 항상 조금씩 변화하고자 한다. 아름다운 소비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