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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부문] (수기) 나는 지속가능한 소비의 노예다 - 김명길 나는 소비의 노예다. 새롭게 쏟아지는 물건들, 그것들의 매력적인 디자인에 매우 약하다. 남들은 전자 기기를 살 때 성능을 가장 중요시하지만, 성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무조건 “예쁜 디자인”을 고른다. 백화점 의류 브랜드 매장에는 매일 같이 새로운 디자인의 상품이 나와 같은 젊은 여자들의 눈과 지갑을 사로잡고 있다. 현대의 소비 시장에서 예쁘지 않다는 건 팔릴 생각이 없다는 얘기와 같을지 모른다. 치밀한 계획 하에 “팔고 말겠다”고 만들어진 예쁜 디자인들에 넘어가지 않을 현대인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사람들이 아이폰에 열광하는 이유가 단순히 새로운 기능의 휴대폰이기 때문일까? 애플사의 디자인 철학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전 세계적인 돌풍은 없었을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그만큼 매혹적인.. 더보기
[일반부문] (수기) 윤리적 소비 페스티벌 - 손범규 국제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유명한 페스티벌이라 하면 대표적으로 영국의 에딘버러 페스티벌이 손에 꼽힌다. 그러나 에딘버러 페스티벌 덕에 더욱더 유명해진 페스티벌이 있다. 그것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진 프린지(Fringe) 페스티벌이다. 프린지의 사전적 의미는 변방 혹은 주변부를 뜻하지만, 프린지 페스티벌에서의 프린지란 미래지향적인 젊은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축제공동체를 뜻한다. 주류 공연예술축제의 대안적인 공연예술축제로서 프린지 페스티벌의 기원은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인류 평화를 기원하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영국 에딘버러와 프랑스 아비뇽에서는 대형 국제예술제를 처음 열게 된다. 이곳엔 세계적인 예술가와 작품들이 초청된다. 이러한 소식을 들은 젊은 공연예술단체 8개가 .. 더보기
[일반부문] (수기) 아내와 제2매장 - 김동윤 밤새도록 바람과 비를 동반한 “메아리”라는 태풍이 베란다 유리창을 힘차게 때리면서 자신이 태풍이라는 위세를 당당히 표현하며 지나간다. 자연의 섭리는 언제 그랬지 하고 시치미를 뚝 떼고 화창한 아침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화요일이면 아내는 KTX를 타고 송정리역에서 서 대전 생협으로 인문학 강의를 들으러 다닌다. 아침부터 서둘러 아침을 준비 하고 딸아이 학교 갈 채비를 마치고 함께 아침을 먹는다. 아내는 오늘이 인문학 마지막 강의라고 짤막하게 담소를 나눈 뒤 나는 잘 갔다 오라고 말하고 출근했다. 출근해서 한참 업무를 보고 있는데 핸드폰 벨이 울리고 아내는 다급한 목소리로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서 기차가 방금 발차했다고 하는 힘 빠진 목소리가 귓가에 흐른다. 어제 기차표를 예매하지 못해서 조금 일찍 출발하라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