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과 윤리적 패션이 어떻게 트렌드일 수 있냐고? 천만에! 설마 지금 엠마왓슨이 누군지 모른다고 말하려는 건지? 세상은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변하고 있다. 트렌드에서 조금 뒤쳐진 당신, 지금은 엠마왓슨이 들려주는 윤리적 패션 이야기에 귀기울일 시간이다.
세계적인 패션잡지인 틴보그 2월호에서 봄 패션을 전망하며 2010 S/S를 지배할 10개의 핫한 키워드를 뽑았다. 그 기사를 자세히 읽다 보면 이번 시즌의 이러저러한 트렌드와 함께 ‘지구 소녀 earth girl’가 선정되었다고 감동적인 듯 소개하고 싶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구 소녀’라는, 이 미묘한 단어는 런웨이에서 포착된 대단한 트렌드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제일 앞 페이지에 자리 잡았기 때문. 그리고 그 옆에는 호그와트의 모범생, 엠마왓슨이 미소 짓고 있었다.
엠마왓슨. 단 6편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통해 최고 흥행 여배우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고, 몇 장의 파파라치 사진으로 세계적인 패셔니스타로 자리 잡았다. 성인이 되자마자 영국 최고의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 모델로 발탁된 것도 모자라, 작년에는 미국 명문 대학인 브라운대학에 입학하면서 명실상부 ‘엄친딸’ 임을 인증했다.
▶ 샤넬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뮤즈이기도 한 엠마왓슨. 지난해에는 프랑스 잡지 Crash를 통해 ‘직접’ 엠마왓슨의 화보를 찍어주기도 했다. (출처= GAMMA)
그런 그녀가 착하기까지 하다면 신이 너무 불공평한거 아닐까?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신은 원래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사실을 그녀가 ‘Love from Emma‘ 로 증명하고 있다.
‘Love from Emma‘은 영국의 윤리적 패션 그룹인 People Tree에서 선보인 일명 ‘엠마왓슨 라인’이다. 몇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 2월에 런칭되었다. 이 컬렉션은 모든 제품이 100% 유기농 면으로 제작되었는데, 바나나 섬유로 만든 모자나 사탕 포장지로 만든 목걸이처럼 아이디어 넘치는 아이템들이 가득하다. 게다가 이런 아이템들은 모두 방글라데시와 네팔 등에서 정당한 대가를 치룬, 수공예로 제작된 반듯한 아이들이다. 말 그대로 지구의 모든 것, 인간과 자연을 위한 컬렉션인 셈이다.
이 컬렉션을 위해 엠마왓슨은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로 활동하며 피플트리의 디자인팀과 함께 작업해 왔다고. 이 과정에서 그녀는 직접 컨셉을 잡고 디자인을 하고 샘플을 체크했다. 그녀의 감각을 품은 컬렉션이라니, 상상만 해도 기대되지만 앞으로도 계속 디자이너 엠마왓슨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영국의 패션 매거진 YOU에서 “이것이 엠마왓슨의 미래인가”에 대해 질문했지만, 그녀는 영리하게도 “이것은 단지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일 뿐이며 내가 원하는 것이 그것!”이라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쩌다가 변화를 만들어 내는 이 컬렉션을 런칭하게 되었을까? 이 대단한 프로젝트의 시작은 한장의 티셔츠에서 출발했다. 엠마왓슨은 우연히(아마도 대학 진학 준비 과정에서가 아닐까) 옥스포드에서 social Entrepreneurship을 가르치는 알렉스 니콜스 박사를 만났는데, 그가 피플트리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
그는 눈 앞에 있는 아름다운 소녀에게 피플트리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 주었고, 엠마왓슨은 그 자리에서 피플트리의 대표를 만나봐야 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몇 주 후, 피플트리의 CEO인 사피아 민니는 10대 라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엠마왓슨을 만났고, 그녀는 역시 즉석에서 협조를 약속했다는게 ‘Love from emma‘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이다.(가만 보면 우리의 지구 소녀는 상당히 결단력이 좋다. 물론 그 덕분에 우리는 불과 몇달만에 이름처럼 사랑스러운 컬렉션을 만나게 되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과정이야 어찌되었던, 사피아 민니가 10대 라인을 위한 조력자로 엠마왓슨을 고른 것이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그녀는 영국의 십대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스타일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아이콘이 뛰어난 패션 감각과 함께 자신의 라인을 런칭하는데 필요한 인맥을 동원할 수 있는 성격 좋은 사람이라는 점도.
‘Love from Emma‘의 화보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모두 친구(그 중에는 함께 사는 소피와 남동생인 알렉스도 있다)들이며, 촬영은 그녀가 좋아하는 젊은 사진 작가 안드레아 카터-바우만이 담당했다. 엠마왓슨은 이번 작업을 젊은 사람들이 함께 만든, 젊은 사람들을 위한 컬렉션으로 완성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컬렉션도 젊고 위트있다. 영국의 십대를 보여주는 아이템이 많은데, 티셔츠처럼 생긴 원피스는 스키니 청바지나 레깅스와 함께 코디하면 스쿨룩으로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면으로 만든 베스트는 상당히 시크해서 띠어리나 질 샌더에서 나올 법한 라인이 엿보인다. 원피스에 수놓인 데이지 무늬는 사랑스럽고, 모자와 목걸이는 유머러스하다.
완결성과 작품성이 높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누구든 편하게 선택할 수 있고 오랫도록 입을 수 있는 베이직한 컬렉션이라면, 그녀와 피플트리의 컬렉션 컨셉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엠마왓슨 역시 자신의 컬렉션이 하이 패션이 아니라 잘 만들어진 캠페인 컬렉션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녀는 옷을 통해 “우리가 미래야! 지구는 우리가 지켜야 해!” 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너무 심각하거나 무겁게 느낄 필요가 없다는 걸 간절히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저 그녀 스스로 궁금했던 질문(귀엽게도 이 질문을 처음 품게 된 것은 지리 수업 프로젝트 때였다고) ‘바나나와 커피 말고 모든 것이 공정 무역일 수는 없는걸까?’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것을 선택했다.
실제로 엠마왓슨은 자신의 컬렉션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을 설명할 때에 “방글라데시에서 세탕 포장지를 재사용해 만든 목걸이”라고 또박또박 이야기할 정도로, 이 컬렉션이 가진 아이디어와 과정, 가치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말한다.
무엇이든 공정무역이 가능해요.
공정무역 패션은 약간의 돈이 더 들겠죠.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좀 더 괜찮은 생계를 만들어줄거에요.
그들의 가족을 돌보고,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 갈 수 있도록 해주죠.
Anything can be fair trade.
Fair-trade fashion costs a bit more but allows those who make it to earn a decent living
; to be able to take care of their families and live with dignity.
그 어떤 훌륭한 강의도 이보다 쉽게 공정무역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을까? 엠마왓슨은 프리마크(우리에게 익숙한 말로 표현하자면 ‘보세’ 정도가 되겠다) 세대인 십대들에게도 옷을 고르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당신이 2달러 짜리 티셔츠를 살때, 이 옷을 만든 사람은 돈을 얼마나 받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야 해요” 라고.
아쉽게도 이 사랑스러운 컬렉션을 한국에서 만나긴 어려울 것 같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홈페이지에서 구입을 시도해보는 것 뿐이다. 그러니 핫하면서도 윤리적인 티셔츠를 갖고푼 간절함을 담아, 그녀가 YOU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마지막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다른 회사들도 피플트리의 사례를 본받았으면 좋겠어요.
I hope that more companies will follow People Tree’s example.
* 참고 하세요!
- 엠마왓슨이 YOU와 진행한 인터뷰
- 피플트리에서 판매하는 ‘Love from emma‘
http://www.peopletree.co.uk/category/emma-watson/
출처: 한겨레경제연구소 착한경제 블로그 http://goodeconomy.hani.co.kr/archives/602
작성일: 201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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