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착하면 따뜻하다. 얼굴이 착하면 예쁘다. 그럼 문제, 소비가 착하면? 정답을 알고 싶다면 당당히 외쳐보자. 우리의 소비는 당신의 생산보다 ‘생산적’이다! 라고.
HERI Review에서 ‘착한 경제’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을때 였습니다. 신문이 나오고 몇 일 후 이 단어에 대한 독자 투고가 들어왔습니다. 글을 보내주신 독자분은 어느 지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국어 선생님이셨습니다. 글의 요지는, 경제란 단어는 가치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착하다 착하지 않다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착한 경제라는 단어가 국어학적으로 말도 안되는 표현이라는 것이지요.
고백하자면, ‘소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가 착하거나 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소비’ 자체가 착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국어학’적으로 말이죠. (이런 이야기 함부로 하다가 혼날까 무섭긴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왜냐구요? 느낌 때문이죠! ‘착한 소비’ 하면, 느낌이 팍! 오지 않으세요?
사실 착한 소비의 공식 이름은 지속가능한 소비, 또는 윤리적인 소비입니다. 지속가능한 소비와 윤리적 소비는, 쉽게 표현하자면 배다른 형제 같은 관계 입니다. 누가 품었는가, 즉 어머니가 누구냐에 따라 조금 다른 성격을 보이는 셈이죠.
지속가능한 소비의 어머니는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환경을 보호하는 것, 그것을 지속가능한 소비라고 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UNEP(UN산하 환경전문기구)에서는 지속가능한 소비란 ‘과소비를 줄이고 환경의 파괴를 피하면서’ 이루어져야 하며, ‘제품의 사용뿐 아니라 폐기와도 관련이 깊다’고 말하고 있죠. 환경을 생각한다면 소비하는 것보다 소비 후 나온 쓰레기를 어떻게 버리느냐가 더 중요할테니까요.
그렇다면 윤리적인 소비의 어머니는? 아마도 ‘인권’ 혹은 ‘사람’일 것 같네요. 일반적으로 윤리적인 소비를 설명할 때에는 최종 아웃풋으로 나온 제품 자체의 품질 뿐 아니라 그 제품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서도 가치를 부여하여 소비하는 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즉 생산 과정에서 누군가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는 않았는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만들어진 것인지를 소비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몇몇 선구적인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생산 과정을 지켜보기 어렵고 그래서 피해가 가기 쉬운 제 3세계에서의 생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죠. 그리고 윤리적인 소비를 가능하도록 하는 생산에 대해 사회는 ‘공정무역’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가능한 소비와 윤리적인 소비는 비슷하게 성장한 것 같아요. 최근에는 유사한 정의로 설명되곤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착한 소비 형제, 즉 지속가능한 소비와 윤리적 소비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하는 것을 밝히는 것은 중요한 일일 것 같군요. 그들의 아버지가 누구(무엇)인가 하는 것은 결국 ‘착한 소비’를 정의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테니까요.
아시다시피,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착한 소비 형제의 호적을 이 단어 밑에 넣어두고 싶군요. 바로 ‘책임감’ 말입니다.
지속가능한 소비건 윤리적인 소비건, 즉 환경에 대해서건 생산자에 대해서건, 소비자로서 ‘책임’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은 같습니다. 제품이 생산 과정을 통해 가치가 더해지는 사슬을 가지고 있다면, 소비자는 이 가치 사슬의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극대화된 가치를 사용함으로써 제품이 갖는 가치의 대부분을 없애는 역할을 합니다.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던 효용을 얻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비용을 줄이자고 가치가 쌓이는 과정에 대해 눈을 감아서는 안되겠죠. 소비자는 사슬 최고의 권력자로서, 제품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며 버려지는 일련의 가치 사슬이 건전하고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조장(?)할 ‘책임’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생산 과정 – 소비 과정 – 폐기 과정에 이르기까지 불가침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일이지요.
바로 이 ‘책임’이 착한 소비의 핵심입니다. 이 책임은 ‘나의 행복을 위해 나를 포함하여 그 누구의, 그 무엇의 어쩔 수 없는 피해도 좌시 하지 않겠다!’ 정도의 다짐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때문에 착한 소비는 지구는 물론, 시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과 소비자 본인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소비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UNEP에서는 학생들에게 개념을 소개할때, 지속가능한 소비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모든 주체, 모든 과정, 모든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이겠지요.
다소 복잡하고 난해한 개념인 것 같지만,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착한 소비란, 그 누구도 피해 보지 않는 소비다- 라고 말이죠.
어떤가요? 내가 소비하면 할 수록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 지는 상황, 제품의 가치가 소비되면서 남은 것이 쓰레기가 아니라 또 다른 가치가 생겨나는 상황, 소비가 생산보다 더 ‘생산적’인 상황. 마치 마법 같지 않나요? 마법 같지만 현실적인 이야기가 바로 ‘착한 소비’의 이야기 입니다.
출처: 한겨레경제연구소 착한경제블로그 http://goodeconomy.hani.co.kr/archives/926
작성일: 20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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