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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2011 공모전 시민심사

[일반부문] (수기) 간디의 물레 - 안유림



중학생 때 한 백화점의 팬시용품점을 구경하던 중이었다. 부모님을 따라 나온 한 꼬마가 스티커 한 장을 골랐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계산하려던 아이의 아빠가 스티커 한 장에 만원이라는 계산원의 말을 듣고 당황하여 나가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어느덧 10여년이 지난 이 일이 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유는 이 모습이 내게 한낱 스티커 한 장이 부모님을 초라하게 만들었던 자본사회의 한 초상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시절, 등교하는 중에는 참 많이도 광고가 실린 공책이며 휴지와 같은 것들을 나눠 주었는데 교문 앞 커다란 쓰레기통에는 그것들이 차고 넘칠 만큼 새 것 그대로 버려져 있었다. 버려지는 것을 알면서도 광고주는 주문을 하고 공장에서 만들고 아르바이트가 나눠 주고 우리들은 받아서 버리는, 저마다 각자의 이익만을 완수하면 된다는 그 행동들이 다른 생물들에 실례되는 너무나도 뻔뻔한 인간의 이기 같아 많이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이제 나는 예민한 10대 여학생도 아니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그런 고민을 하는 것도 사치로 느껴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세월은 마냥 고민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는 다소 투박한 가치관을  내게 선물하였다. 이를 테면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쓴다거나 생활비를 쪼개 정기적으로 후원을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나는 언제나 내 삶의 중심에서 오롯이 서 있기를, 깨어 살기를 원한다.그러나 오늘날의 사회는 이따금씩 사람들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 듯 보인다. 끊임없는 소비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오늘날의 사회는 사람들에게 결핍된 감정을 부추긴다. 우리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로운 사회에 살고 있지만 마음 한 켠에 박탈감을 가진 채로 살아간다.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박탈감을 만들어 낸 것이 누구인가를.

오늘날 현대인은 경쟁하듯 소비하고 소비하고 또 다시 새로운 것을 소비한다. 그러나 남보다 더 많이 소비하고 더 좋은 것을 얻는 것으로는 결코 행복에는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지극히 교과서적이고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이것들은 위화감과 박탈감만을 만들어낼 뿐 만족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지갑 속엔 언제나 간디의 얼굴이 새겨진 인도의 지폐 한 장이 들어 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던 ‘간디의 물레’라는 글은 인간이 소외되지 않는 물레로 상징되는 노동과 공동체 사회라는 간디가 제시한 사회상을 소개한 글이었다. 물론 간디의 이 사회는 이상적이고 현실 가능성이 낮은 논의였지만 이전의 내게 사회가 그저 주어진 환경이었다면 이 글을 읽고 나서 비로소 사회란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때문에 간디의 물레라는 글은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산업사회의 인간중심적인 소비는 이미  기후변화, 신종 질병 등의 칼날로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제 좀 더 현명하고 조화로운 소비로 나아가야 한다. 소비를 권하는 사회가 아닌 만족하는 법을 가르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소외를 조장하지 않는 소비, 내가 하는 소비가 미칠 영향을 고려할 줄 아는 그런 소비문화를 가르치는 사회가 되기를, 개인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