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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사례

신이 보호하는 나라에서 온 진짜 명품


이로운몰에 입점한 위 세 제품은 "멀리서 온" 귀한 손님이에요. 어디서 왔을까요?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로 알려진 "네팔"에서 왔답니다. 어떻게 네팔에서 한국까지 먼 걸음을 하게 되었는지, 그 길을 한 번 더듬어 볼까요? 

히말라야 산맥 아래에 자리잡은, 신이 보호하는 나라 네팔.
  

네팔은 급속도로 변하는 세계 경제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서 그런지 '개발도상국'이라는 딱지를 붙인 지 꽤 오래되었답니다. 정치 불안정으로 경제 발전이 더뎌지면서 국가경쟁력이 떨어진 네팔 곳곳에는 '빈곤' 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어요.

이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과 네팔이 힘을 모았답니다.

민주화의 열망이 꿈틀대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위치한 '마하구티'.
이곳은 네팔 전역의 150여 개 이상의 생산공동체와 거래하며 페어트레이드코리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 공정무역 상품을 수출하는 단체랍니다. 마하구티는 1926년 마하트마 간디에게 영감을 받은 툴시 메하르가 설립한 공동체로 네팔의 가난한 여성 및 여성가장을 비롯해 하위 카스트에 속한 사람들을 모아 조직한 단체랍니다.

상품보다 먼저계맺기

네팔의 빈곤 여성을 위한 생활공동체 마하구티 아쉬람. 이 공동체 안에 공장, 호스텔, 학교, 병원이 있다.

우선 마하구티 아쉬람으로 가볼까요? 공정무역 물품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베틀짜기, 염색, 무역, 그런 공식적인 일들이 아니랍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관계맺기'예요.


이미영 페어트레이드코리아 대표는 "현지 조사가 가장 중요해요. 저희와 거래할 단체와 서로 잘 알고 소통이 원활하게 되어야 제품 디자인과 완성품 모두 잘 나오거든요.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등 페어트레이드코리아가 거래하는 공정무역체를 모두 두 번 이상 방문한 후 제품 제작을 시작한답니다." 라며 '소통'과 '관계'를 거듭 강조했어요. 
 

페어트레이드코리아에서 디자인한 샘플과 디자인 패턴을 전달하면 네팔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일단 마하구티 외 공정무역 단체들과 친해진(^^) 후 할일은 디자인 샘플 전달. 먼저 현지 공정무역 단체에서 자신들이 만들 수 있는 상품의 샘플을 한국으로 전달해요. 이 샘플을 페어트레이드코리아에서 검토해 제품 기획 및 디자인을 한 샘플을 제작하여 다시 현지 단체에 전달합니다. 샘플을 전달할 때 옷, 가방 등 디자인 본까지 모두 전달해야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고 해요.

현지에서 선호하는 디자인과 한국에서 선호하는 디자인이 달라서 계속 조율해야 한다고 하네요. 신제품이 나올 때에는 디자인 및 제품 수정 등을 위해 한국에서 물건을 모두 들고 현지 생산 단체로 출장을 가곤 한데요. 우편이나 메일로 소통은 한계가 있어 현지에서 수정하는 게 더 빠르데요.

디자인뿐 아니라 한국에서 사용하지 않는 소재 또는 염색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샘플 제작부터 본격 생산까지 일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공정무역 차암~ 어렵죠?^^; 
 
온기를 섞어 짜고 손으로 만든 제품

디자인 및 재료 등이 최종적으로 결정이 되면 본격적인 제품 제작에 들어갑니다.


실을 뽑아서~ 베틀을 이용해 정성껏 베를 짭니다. 주황색 옷을 입은 미르말라 모라는 2007년 '세계 공정무역의 날' 한국 행사에 참여도 했답니다.

이로운몰 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천연아마씨 쿨링안대를 만드는 여성 노동자. 직조부터 바느질까지 이들이 만든 제품에는 기계의 차가움이 아니라 사람의 온기가 담겨있어요.(좌) / 네팔 공정무역 상품의 원활한 수출이 이루어지도록 돕는 딜리 투라드하르 대표 리투얼 원월드(우)


염색을 한뒤 카트만두에 있는 봉제공장으로 전달되어 봉제가 시작됩니다


네팔에 있는 공정무역 상품의 대부분이 딜리 트라드하르(Dilli Tuladhar)를 통해 수입됩니다. 딜리는 일반 상품의 중개 수수료는 7%를 받지만, 공정무역 상품은 5%만 받는다고 해요. 뿐만 아니라 IFAT(세계공정무역연합)를 후원해요.

'작품'을 유통하고 '나눔'을 거래한다

안국동에 위치한 공정무역 샵 '그루'

환경운동을 실사구시적으로, 현실에 다가오는 작은 실천으로 하고 싶었던 이 대표는 여성환경연대에서 공정무역에 대한 사업 준비를 시작했어요.
 
"여성, 환경, 빈곤'이라는 이슈를 두고 공정무역 사례를 조사하고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는 단체를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2007년 5월에 시민이 소액주주로 참여한 '페어트레이드코리아'를 만들고, 2008년 6월, 안국동에 국내 최초의 오프라인 공정무역 샵 그루를 열었어요."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이미영 대표

Q. 환경운동부터 시작해서 공정무역 제품을 전문으로 소개, 유통하는 기업을 만든 대표님께정무역은 어떤 의미인가요? 
A. 공정무역은 친환경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과정이에요. 그리고 무역에서 소외되어 있는 생산자를 ‘작품을 만드는 장인’으로 만들 수 있는 나눔의 무역이기도 해요. 자선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할 수 있는 징검다리를 만드는 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좋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Q.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제품을 보면 대부분 현지에서 완제품으로 수입되는 것 같은데, 현지 생산자들에게 유기농 면 등 원단만 수입하고, 디자인과 제작은 한국에서 하는 게 수월하지 않나요? 
 A. 그게 확실히 편해요. 하지만 현지에서 완제품을 만들면 현지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질 뿐 아니라 생산자들이 기술을 익혀서 자립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잖아요. 또 현지의 문화적 특성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어요. 유기농 원단을 들여와서 국내에서 소량 생산하는 티셔츠 등의 제품이 없는 건 아니지만 현지에서 만드는 것이 제일 좋아요. 지금 인도에서 속옷을 제작하고 있는데 기대해주세요. 

Q. 현지 생산 단체를 찾고 연결하고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아요. 
A. 단순한 소품이 아닌 옷을 만드는 것이라 세심한 부분까지 모두 신경 써야 해요. 현지 생산단체 연결부터 생산까지 모두 중요한 과정이지만 포인트들이 있어요. 첫째는 생산자와 구체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애정, 관계, 신뢰가 있어야 해요. 관계를 맺는 것이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정말 꽤 오랜 시간과 공이 필요한 일이죠. 둘째는 빈곤국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취약점이 있다는 겁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되는 정전, 불안정한 정치 상황, 자연재해 등 변수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안정적인 생산 라인을 만들려면 일 년 반 이상이 걸려요. 이런 ‘위험성’을 경험하고 관리하는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과정이지요.

Q. 초콜릿, 커피 등 한국에도 공정무역이 많이 알려진 것 같은데, 이제 공정무역 사업하는 것도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요? 
A.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소비자의 95%는 모른다고 보면 맞아요.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죠. 물론 유럽 등 선진국이 공정무역을 더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참고할만한 것들이 많이 있지만 소비자 반응은 나라마다 다르니 우리는 우리 식대로 해야겠지요. 그래서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반응을 살피고, 상품에 반영하는 작업들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Q. 앞으로 페어트레이트코리아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A. 앞으로 3년 내에 공정무역 패션브랜드 ‘그루’가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안정적인 공급 라인을 만드는 게 급선무죠. 제품 디자인 및 질을 더욱 높여 소비자의 만족도를 ‘최고’로 끌어올리고 싶어요. 



네팔 생산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하구티와 함께 한 후 수익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좋아요." - 인디라(32) "마하구티에서 2년 동안 지내면서 옷감 짜는 법을 배우고 고향에 돌아갈 예정이에요. 배운 기술로 돈을 벌어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어요." - 미르말라 모라(34)

"솔직히, 공정무역으로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공부할 수 있는 힘이 된 건 사실입니다."- 산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