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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공모전 안내/과거 공모전 수상작

10' 수기부문 동상 / 사람이 희망이다

2010년 동상 수상작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사람이 희망이다
(
이옥선)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 속초에서 여중생들과 생활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우연히 ‘윤리적 소비 활동 공모전’ 기사를 보고 그 동안 아이들과 함께 했던 활동을 소개해 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올해 1학기 동안 제가 했던 수업 중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내용이고, 지난 여름방학 교사 연수 기간 중 다른 선생님들에게 홍보하기도 하였습니다. 칭찬 받았답니다. 아주 많이.

 ‘아름다운 소비’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에 대해 어떤 수업과 활동을 했는지 지금부터 말씀드릴게요.
 어느 날 저의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소박하면서도 멋스러운 조끼를 입고 있기에 호기심에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 말하기를 ‘그루’에서 구입했다고 하면서 아직 이런 것도 모르고 있느냐고 저를 놀렸지요. 당장 인터넷에 접속하여 ‘그루’를 방문해보니 놀랍고도 감동스러운 일들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2007년 서울에 문을 연 ‘페어트레이드 코리아 그루’라는 가게에서 판매하는 것은 바로 세상의 평화였습니다. 저도 그 평화에 동참하고 싶어 제 친구가 입고 왔던 바로 그 조끼를 구입하였지요.

저는 ‘도덕’ 교사입니다. 학생들의 도덕성을 길러주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살아 움직이는 현실 속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도덕적인 것인지 학생들과 고민합니다. 아는 것을 실천하게 하되, 바른 방향으로, 바른 방법으로  실천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늘 연구하지요.

‘그루’에서 구입한 조끼를 입고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관심을 끄집어내었습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하늘에 닿는 10대 여학생들이어서인지 옷에 대한 감각과 열정이 대단합니다. ‘ 그 옷 가격이 얼마냐, 어디에서 샀느냐?’ 등등 아이들의 관심과 집중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모든 궁금증을 한방에 날려주기 위해 저는 ‘그루’ 홈페이지에 접속했습니다. “얘들아, 오늘은 쇼핑이다. 재미있게 구경하자.” 수업 시간에 이런 저런 물건을 구경한다는 것 자체가 신나는 거죠. 애들은 신바람이 났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어린 얼굴은 조금씩 진지함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루에서 수입 판매하는 물건들을 공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 갈수록 왜 도덕 선생님이 이런 수업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겠노라는 표정이 되었습니다.

 


베트남의 마이 핸디크래프트, 네팔의 코튼 그래프트와 사나하스 타카라, 인도의 아시시 가먼트와 밀란 가먼츠, 방글라데시의 프로 크리티 등, ‘그루’에서 거래하는 발음도 생소한 단체들을 알게 되면서 세상에 대한 관심의 폭도 넓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루’에서는 경제력이 없는 10대 아이들이 구입하기 어려운 옷 이외에도 몇 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작은 물건들도 판매합니다.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던 것이 네팔 여성들이 천연염색한 천조각들을 이어서 직접 손으로 만든 동물 캐릭터 지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커피도 있었지요. 커피는 동티모르 커피 농가를 지원하는 ‘피스커피’(한국 YMCA에서 운영)를 ‘그루’에서도 판매하는 거랍니다.. 어린 아이들이 커피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주로 ‘저희 엄마가 커피를 좋아하시는데 이왕이면 공정무역 커피를 소개하고 싶어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피스커피peace coffee' 수업도 진행하였는데요, 미리 구입한 피스커피 머그를 수업 시간에 들고 들어가서 보여주었어요. 연분홍 뚜껑이 있고 머그에 무언가 잔뜩 영어로 쓰인 커피 잔을 보여주니까 아이들은 ’선생님 예뻐요. 그거 얼마예요?‘를 시작으로 이것저것 질문을 하더군요.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며 궁금증을 주고받을 사이 저는 ’피스커피‘ 홈페이지에 접속한 후, 아이들의 모든 궁금증을 한방에 날려 보냈습니다.  동티모르와 인도네시아의 관계부터 현재 동티모르인들의 삶까지 설명하며 판매하는 커피와 잔을 보여주었지요. 아이들의 아름다운 구매욕구가 맹렬히 타오르더군요.

한번은 ‘위캔쿠키’ 수업을 하였습니다. 사회적 기업인 ‘위캔쿠키’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쿠키라는 단어만 꺼내도 동공이 확장되는 어린 아이들이다 보니 어떤 수업보다 열정적이었습니다. 홈페이지 접속하여 ‘위캔쿠키’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쿠키를 보여주면서  지적 장애인들의 자활을 위해 운영하는 이 회사에 대한 설명도 함께 하였습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쿠키보다 비싸긴 하지만 유기농에 좋은 재료로 만들고 무엇보다 장애인과 함께 한다는 것에 많은 아이들이 깊은 감동을 받는 눈치였습니다.
사실 이 모든 수업은 연계되어 진행되고요, 이런 수업을 위해 저는 확실히 준비를 해둡니다. 미리 물건을 구입해 두었다가 교실 현장에서 직접 보여주면 몇 배의 전달 효과가 있다는 것을 실천하는 거지요.
중학교 2학년 아이들 대상으로 수업을 한 후, 이 물건을 구입하려는 아이들을 도와줄 도우미를 신청 받았습니다. ‘그루’ ‘피스커피’ ‘위캔쿠키’ 이렇게 나눠 신청을 받고 돈을 받고 도착한 물건을 다시 아이들에게 배달해 줄 도우미 말이지요. 몇 명의 아이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루’물건 신청 도우미는 2학년 9반에서, ‘피스커피’와 ‘위캔쿠키’ 도우미는 2학년 5반 아이가 맡기로 한 후, 신청을 받았습니다. 물론 돈도 함께요. 그 다음에 저의 역할이 아주 컸답니다. 사실 저의 애정과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아이들이 신청한 그 모든 물건을 하나씩 신청해야 하는 거죠. 특히 ‘위캔쿠키’ 신청할 때는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복잡했지요. 쿠키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쿠키별로 구입량을 바르게 기재하지 않으면 결국 아이들이 난리 나게 될 것이 분명하니까요.

각 회사 물건 별로 신청을 하고 입금을 마치고 물건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물건이 도착했고 도우미 아이들을 불러 배달을 시켰습니다. 자기가 원했던 물건을 손에 받은 아이들의 기쁨은 단순한 웃음뿐이 아니었습니다. 어린 내가 세상의 평화에 조금은 기여했다는 뿌듯함이 녹아있는 기쁨이었지요. 이 아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소개할 수 있어서 흐뭇했고, 이 흐뭇함은 앞으로도 제가 학교에 있는 한 지속될 것입니다.

‘역시 사람이 희망이다’ 혼자 생각하면서 웃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