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매실·오미자·복분자 같은 과실을 발효해 오래 두고 먹었습니다. 발효원액은 철 지나서도 제철 과실의 영양분을 섭취하게 해주는 슬로푸드입니다.
하지만 방부제를 넣어 영양분이 없어져도 먹게 한다면 진정한 슬로푸드일까요?
이상춘 해다미 대표
해다미는 무첨가 발효원액을 만듭니다. 방부제는 물론 색소 등 화학첨가물을 하나도 안 넣습니다. 만드는 과정도 느리지만, 만드는 사람들도 조금 느립니다. 60여 평 규모의 작업장에서 장애인 14명이 매실·오미자·복분자·개복숭아 등 국내산 재료를 1~3개월 정도 자연 숙성시켜서 발효원액을 추출합니다.
해다미는 사회복지법인 다운회가 운영하는 지적장애인시설 ‘아름다운’의 사회적기업입니다. ‘해맑은 다운증후군의 미소’라는 뜻을 담았지요. 이상춘 해다미 대표(42) 외 4명의 사회복지사들이 다운증후군 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2009년 ‘장애인 친구들’이 쉽게 만들 수 있고 보관도 오래 할 수 있는 걸 생각하다가 시골 어머니가 손으로 만들어 식구들에게 나눠주던 매실원액을 떠올렸습니다. 가톨릭대학원에서 장애인복지를 전공한 그에게 발효원액은 낯선 영역이었습니다.
“재료를 구하는 게 가장 막막했어요. 겁도 없이 바로 원산지로 찾아가길 잘했죠. 그렇게 까다롭게 고른 재료가 해다미 원액의 정수에요. 덕분에 팔도사나이가 다 됐습니다.”
해다미 발효원액에 쓰이는 매실은 전라남도 광양에서, 복분자는 전라북도 고창에서, 오미자는 경상북도 문경시 동로면에서 옵니다. 이렇게 맺어진 생산자와는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경시 동로면에 갔는데 마을 주위가 온통 붉은 오미자 밭이었습니다. 여기 저기 붙어 있는 밭주인 연락처 중 눈에 띈 전화번호를 무조건 눌렀죠. 그렇게 만난 분이 지금까지 해다미 오미자 재료를 책임지시는 김가순 아주머니입니다. 아주머니는 해다미 식구들을 자식들로 여겨 아껴 주세요. 재작년에는 오미자 축제에 1박2일 동안 초대해주셨죠.”
사업이 커지면서 원재료를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김가순 아주머니는 친척들이나 동네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오미자를 구해줬습니다. 이 대표는 “천운으로 좋은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해다미 복분자 오미자 매실 자연숙성 발효원액 3종세트 (500ml 3병)
유명한 브랜드 디자이너 고(故) 윤준재 씨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금호그룹·비씨카드·삼성라이온스 등 80여 개 기업 CI 개발을 주도한 그의 손끝에서 해다미 로고가 탄생했습니다. 어떤 고객은 해다미 로고가 꽃보다 아름답다고 했답니다.
2011년에는 9700만 원이던 해다미 매출은 지난해 1억2000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장애인 직원 14명의 직장은 더 탄탄해졌습니다. 얼마 전엔 직원 부모가 찾아와 “딸 앞으로 의료보험 피부양자 등록을 하게 됐다”며 이 대표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장애인 직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행복을 지켜주는 해다미. 해다미 발효원액으로 꽃보다 아름다운 차 한 잔, 어떠세요?
이선영 이로운닷넷 생활/경제, 사회, 네트워크 부문 에디터
Posted by 이로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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