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과 협동조합 '천생연분'
[99%의 경제] HERI의 시선
2012년 런던올림픽은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도 끌어올렸다. 대회 기간에 소비되는 커피, 홍차, 설탕, 바나나 등 주요 음식물에 윤리적 기준을 적용해, 공정무역으로 거래된 제품만 사용하는 것은 영국의 전통과 문화적 가치를 보여주려 한 개막식과 맥이 닿는 것 같다.
이런 공정무역은 협동조합 운동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실제 2010년 3월 런던에서 공정무역과 협동조합을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는 둘 사이의 관계를 ‘천생연분’(a match made in heaven)이라 표현했다. 우선 협동조합과 공정무역은 비슷한 정신을 공유한다. 협동조합은 농·축·수산업 생산자에게는 안정적인 가격과 판로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질 좋고 저렴한 상품을 공급해 생산자-소비자의 상생을 도모한다. 이런 정신을 국경 밖으로 연장하면 공정무역이 보인다.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의 생산물에 ‘약탈적’이 아닌 ‘지속가능한’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이들의 자활을 돕는 공정무역은 거대 독점자본에 맞서 경제적 약자가 단결하고 상부상조하는 협동조합의 정신과 같다. 그래서 공정무역의 출발과 도착점, 즉 생산과 소비에는 협동조합이 함께한다. 우선 선진국의 생활협동조합은 소비에서 가격뿐 아니라 윤리적 기준도 적용한다. 수입된 농·수·축산물의 생산과 공급과정에서 아동노동 같은 인권 침해가 없었는지를 알아보고, 전반적으로 저개발국 생산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쪽으로 구매 결정을 내린다. 덕분에 저개발국 생산자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게 된다.
반대편에는 생산자 협동조합이 있다. 사실 공정무역은 개별 생산자보다는 생산자 협동조합과 주로 거래를 한다. 현재 저개발국에서 수출되는 공정무역 제품의 75%가 이런 협동조합이 출하한 제품이다. 영국 공정무역 단체 도움을 받아 탄생한 가나의 쿠아파 코쿠 협동조합은 전세계 카카오 판매의 8%를 차지할 만큼 컸고, 2006년에는 영국의 ‘디바인’ 초콜릿 회사의 지분 45%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기도 했다. 공정무역을 통해 만들어진 생산자 협동조합은 또 저개발국 주민들의 자치와 참여의 디딤돌이 된다. 공정무역 프리미엄(시장가격보다 높게 책정된 가격에서 나온 추가 소득)을 교육, 의료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어떻게 쓸지를 결정하는 데 협동조합의 1인1표 민주주의가 적용된다. 또 전통적으로 소외되었던 저개발국 여성들이 조합회의 등을 통해 사회적 발언권을 키워가는 것도 값진 결실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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