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에서 유명한 것은 녹차만이 아닙니다. 하지감자 또한 전국적으로 유명한 특산물입니다. 24절기 중 하나인 하지(올해는 6월 21일)에 생산된다고 하여 '하지감자'로 불리는 봄감자가 보성군 회천면 일대의 논과 밭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제철음식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 또한 '윤리적 소비'입니다.
성정영농조합에서 생산 및 경작에 대한 총괄관리를 하는 백성민 생산자(37)를 만났습니다. 나이가 어려 동네 어르신들에게 막둥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올해는 윤달이 들어 작물의 파종, 정식, 수확 시점이 늦은데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들쑥날쑥한 날씨까지 마음고생이 많습니다. 수확기에 접어드는 이곳 하지감자(추백, 수민)는 1~2월 파종하여 5월 중순~5월말 수확할 예정이었는데, 조금 더 수확기가 늦어질 예정입니다. 하지만 전량을iCOOP생협에 납품하는 계약재배인 덕분에 출하시기를 늦출 수 있었습니다. 이에 백성민 생산자는 iCOOP생협 소비자들에세 감사말씀을 꼭 전해달라고 당부합니다.
경운기가 보급되기 전, 어린 시절에는 정미소의 거대한 기계들을 밭으로 옮겨와 보리타작을 했습니다. 가죽벨트로 동력을 공급하는 ‘디젤엔진’은 수냉식이었는데, 냉각조의 끓는 물에 연실이나 철사에 꿴 이삭 감자를 익혀 먹곤 했습니다. 잊을 수 없는 하지감자의 맛입니다. 보릿고개라는 말을 체험으로 아는 이들에게 이 때 먹던 감자의 맛을 지금의 그 어떤 음식의 맛과 비유할 수 있을까요?
보성득량만을 끼고 있는 회천면 일대는 바닷가 마을이고, 지금 개펄바다에는 바지락이 한창입니다. 지금이야 먹을 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절대적인 빈곤은 아니지만 생산한 농작물을 시장에 출하하기까지 생산자들이 안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상당할 것입니다. 출하시기를 앞당기려고 갖은 애를 쓰는 사정이 그러합니다.
봄에는 감자, 가을에는 쪽파를 생산하는 이곳 주민들 대부분은 어촌계 회원으로 바지락 생산일이 잡히면 만사 제쳐두고 바다로 나갑니다. 해안가 사람들 대부분처럼 이곳도 반농반어(半農半漁)입니다. 가까이에 바다라도 있어 입이 즐겁고 부수입이라도 올릴 수 있다면 보릿고개를 넘기는 일이 수월하였으리라. 바다일이 주업이건 부업 이건 그 풍요로운 산물 덕분에 작기를 꽉 채울 수 있다면……. 남해 바다가 회천 무농약 노지감자의 맛과 품질 향상에 두루 일등공신인 셈입니다.
한낮의 열기가 조금씩 한 여름을 느끼게 하는 요즘, 땅 밑에선 알차게 맛있는 감자가 영글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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