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의 행복 - 최덕수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2009년 장려상 수상작
‘저축’ 이라는 단어는 실천하는 본인 뿐 아니라 모두가 행복해 지는 단어인 것 같다. 그렇지만 ‘저축’을 실천하기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것도 현실이다. 어린 시절 모두가 조그마한 돼지 저금통에 동전을 하나하나 넣어가면서 가득 차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만이 아는 뿌듯함을 느낀 적이 다들 있을 것이다. 나는 얼마 전에 돼지저금통을 하나 사기 위해 동네 문방구에 들어갔다. 자그마한 돼지저금통 하나가 2000원 3000원을 하고 그것보다 큰 것은 더 비싼 가격을 불렀다. 저축을 하기위해 저금통을 살려 했던 것이 아니라 주머니 안에서 혹은 지갑에서 놀고 있는 동전을 모으려는 목적으로 장만하려 한 것인데 이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아름다운가게’에 들어가 보았다. 이때까지 나는 ‘아름다운가게‘가 무얼 파는지 무슨 목적인지 하나도 몰랐다. 도로변에 있는 가게 안에 사람이 북적거리는걸 보고 호기심이 생겼던 것이다. 이것저것 잡화를 모아 물건을 팔고 있는 가게의 모습의 첫인상은 나에게 좋지 않았다. 물건들은 낡고 더러워 보였고 원하는 물건을 찾기란 힘들었다. 돌아서 나오려는 순간 진열대의 저금통을 보게 되었다. 반짝반짝한 금칠과 함께 귀여운 모양이 인상적이어서 물건을 집고 가격을 보았다. ’1000원‘ 단돈 천원에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손에 넣은 기분이었다. 저금통을 구입하고 난 뒤 나는 영수증을 계속 바라보았다. 1000원이라고 찍힌 영수증은 무언가 복권에 당첨이 된 느낌이었다.
기분 좋게 가게를 뒤로하고 나와서 ’유북‘으로 향했다. ’유북‘은 내가 애용하는 서점이다. 단순히 새책을 파는 서점이아니라 헌책을 팔고 사는 일종의 헌책방이다. (아마 지금 리브로 라는 대형 회사가 운영하는 걸로 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읽던 책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알게된 곳인데, 이날도 책 한권을 팔고 거기서 마음에 드는 책을 살려했다. (책값은 1000원 ~ 10000원 수준이다.) 가지고간 책을 팔려하니 500원 이란다. 500원으로 책을 살 수도 없고 나름 깨끗하게 봤던 책을 너무나 싸게 주는 것 같아서 조금 섭섭했다. 책은 사지 못했지만 나와서 생각해보니 총 돈을 500원 밖에 쓰지 않았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지출한 1000원과 유북에서 받은 500원으로 돼지저금통 하나를 구입했으니 오히려 이익이란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집에 와서 궁금했던 아름다운 가게를 검색해 보았다. 참여와 나눔이란 모토로 운영되며 되살림 정신, 그물코 정신에 대한 설명이 사이트에 나와 있었다. 아까 가게에 왜 마음에 드는 물건이 많이 없는지 전문적이지 않고 불필요해 보이기까지 한 잡화들이 널려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러한 가게의 정신을 알고 나서 다시금 가게의 모습을 생각해보니 겉으로 화려하게 꾸며 논 가게들 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하루 지출 500원으로 너무나 많은 행복을 산 하루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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