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은상 수상작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행복이 표시된 가격표
(김결)
가격표시 방법이 변하고 있다. 어릴 때 용돈을 받으면 구멍가게에 가서 좋아하던 과자를 사먹곤 했다. 구멍가게에서는 가격을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내가 사는 상품도 한정되어 있었고, 가격도 잘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멍가게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던 무렵, 빈자리를 대형마트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대형마트에 가면 상품 하나하나에 가격이 붙어 있었다. 대학생이 되고 엠티를 가기 위해 대형마트에 갔다. 다양한 상품들 사이에서 고민하던 차에 가격 표시방법이 달라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가격만 붙어있던 것에 ‘단위 당 가격’이 추가되어 있었다. 가격표시 방법이 변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의 소비 성향이 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최근 어느 마트에서 가격표 옆에 ‘CO2’라는 마크가 붙은 상품들을 발견했다.
‘윤리적 소비’가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 트위터에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으로부터 ‘이념적 소비 논쟁’이 시작되었다. 대형마트와 주변 상권의 관계에서 비롯된 논쟁은 트위터를 중심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윤리적 소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촉발했다. 정 부회장이 ‘이념적 소비’라는 용어를 통해 사용한 개념의 올바른 용어는 ‘윤리적 소비’로 이미 경제학에서 ‘실질적 소비’와 ‘윤리적 소비’라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공정무역 커피’를 필두로 시작된 ‘윤리적 소비’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소비행위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인간, 동물, 환경에 해를 끼치는 모든 물품을 불매하고 공정무역에 기반을 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경향신문) 그러나 소비에 도덕적 가치를 접목하는 ‘윤리적 소비’가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사람들의 소비패턴을 바꾸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나는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시즈에서 윤리적 소비 캠페인단에 참가해 윤리적 패션 파트에서 활동하고 있다. 캠페인단 활동은 사람들에게 윤리적 패션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친구들에게 ‘윤리적 소비’ 캠페인단을 하고 있다고 하면 보통 두 가지 질문을 받는다. 첫 번째는 ‘윤리적 소비’가 무엇이냐는 것이고, 두 번째는 보통 윤리적이라는 상품들은 비싼데, 누가 그걸 사느냐는 것이다. 사실 두 번째 문제는 캠페인단 활동을 하는 나도 많이 아쉬운 점이다. 윤리적 소비의 대상이 되는 상품들은 그 생산과정 상 다른 상품들보다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시간과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환경을 덜 파괴하고, 노동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에게 적정한 임금을 주기 위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단위 무게 당 가격’을 표시하는 세상에서 다른 상품에 비하여 가격이 월등히 비싼 이 상품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비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이런 관점을 제안하고 싶다. 우리가 윤리적 상품을 구입하는 것은, 우리의 눈앞에 보이는 상품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 가치를 부여하는 행동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윤리적 상품은 그것의 원료를 만드는 순간부터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고, 버려지고 폐기되기 까지 의 모든 과정을 고려한다. 이런 과정에서 유명 브랜드의 옷을 만들지만 하나도 구매할 수 없는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이 돌아가고, 환경을 파괴하는 공정을 최소화하게 된다. 이것은 당장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변화들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경제 구조를 더욱 착하게 변화시킬 것이다. 우리가 구입하는 것은 비단 상품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들이다.
또한 ‘윤리적 소비’는 ‘정치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정치행동을 넘어선다고 생각한다. 흔히 우리는 투표를 통하여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선택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의 투표는 우리의 바람을 현실화시키는데 까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윤리적 소비는 다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발견한다. 개인적인 문제는 개인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는 있다지만, 사회적인 문제는 한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많은 단체들이 존재하지만,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그런 활동을 하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윤리적 소비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가령 나는 현재의 생산 구조를 변화시키기를 바란다. 10만 원짜리 스웨터를 제작하고 6천원을 받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더 많은 수익을 위해 대형마트에 점포를 얻지만, 권리금과 각종 규제로 몸과 마음을 고생하는 분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대기업이 정점에서 그 아래의 구성원들을 착취하는 구조가 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이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투표를 한다고 해서 정치인들이 이 구조를 깨 주리라 믿지도 않는다. 대기업의 회장이 하루아침에 다른 마음을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방법은 ‘그렇지 않는’ 기업들이 많이 생기고, 올바른 구조를 고민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체에 퍼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가, 그리고 마음은 있지만 행동하기는 어려운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윤리적 소비다. 윤리적 소비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들을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다. 그들이 판매하는 상품을 구입함으로써 경제 구조가 조금 더 착해질 것이다. 그들의 상품을 구입하지 못하더라도, 지속적인 관심과 홍보, 주변의 추천을 통해 이러한 기업의 존재와 그들의 문제의식을 알리고 공유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주 친한 친구의 생일이 있었다. 생일 선물로 무엇을 사줄까 고민하다가 가방과 가죽 카드지갑을 샀다. 에코백은 오르그닷에서 만들었는데 버려지고 분해되는데 100년이 걸리는 페트병 2개를 사용해서 만들었다. 가죽 카드지갑 역시 버려지는 소파 가죽을 사용하여 ‘에코파티 메이라’가 만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처음 구입한 윤리적 소비 상품이다. 나는 소비행위를 통해 ‘환경’을 생각하고, 의류산업의 문제를 고민하는 두 기업을 응원했다. 또한 친구에게 선물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나눌 것을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윤리적 소비라는 것이 거창하지 않다는 것을 친구가 알아주었으면 한다. 우리의 경제를 조금 더 착하게 만드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그의 삶에 윤리적 소비가 한 자리를 차지하길 바란다. 그래서 이런 분위기가 사회에 퍼지고 점진적인 변화를 불러오기를 기대한다.
최근 마트에 ‘단위 무게 당 가격’이 표시된 가격표에 ‘CO2 발생량’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가격표에 상품생산에 관계된 사람들의 행복이 표시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우리의 윤리적 소비로 경제 구조 속에서 고통 받던 사람들이 행복해 질 수 있다. 그리고 그 행복을 얻는 것은 멀리 있는 사람들이 아닌 우리 주변의 이웃이고, 나 자신이다. 윤리적 소비를 통해 생산에서부터 소비까지의 모든 경제활동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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